책을 고른 이유

우리는 매일 누군가의 기대에 맞춰 살고 있습니다. 부모의 기대, 친구의 평가, 직장 상사의 시선, 사회의 기준. 내 인생인데도 왠지 남이 끌고 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자유롭고 싶었지만, 누군가의 평가에 휘둘리는 삶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지인이 『미움 받을 용기』를 추천해주었고, 제목에서 강한 울림을 받았습니다. “정말 나는 미움 받을 용기를 가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품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습니다.
아들러 심리학이란?
이 책은 일본 작가 기시미 이치로와 고가 후미타케가 대화체 형식으로 구성한 심리학 철학서로, 아들러의 사상을 기반으로 합니다. 아들러는 프로이트, 융과 함께 심리학의 3대 거장으로 불리지만, 그동안 대중에게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습니다. 아들러 심리학은 인간을 ‘과거의 트라우마로 규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우 혁신적입니다.
그는 인간은 ‘지금의 목적’을 위해 행동한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늘 우울한 이유는 과거의 상처 때문이 아니라, 지금의 우울함을 이용해 누군가의 관심을 받고 싶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것이죠. 처음엔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점점 그 말의 의미가 와 닿았습니다. 우리는 종종 과거에 스스로를 가두며 현실에서 도망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왜 우리는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쓸까
책에서 가장 자주 반복되는 주제는 ‘타인의 기대에 맞춰 살지 말라’는 메시지입니다. 우리는 타인의 인정을 받기 위해 자신을 포장하고 억누르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아들러는 단호하게 말합니다. “그것은 당신의 과제가 아니다.”
이 말은 곧 ‘타인의 평가와 감정은 그 사람의 과제이며, 내가 책임질 일이 아니다’라는 뜻입니다. 이 말을 처음 접했을 때는 생소했지만, 곱씹을수록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우리는 타인이 나를 좋아할지, 싫어할지 전전긍긍하며 살지만, 사실 그것은 내가 조정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그래서 억지로 맞춰 살아갈 필요도 없습니다.
인생은 타인과의 경쟁이 아니다
현대 사회는 끊임없이 경쟁을 부추깁니다. 시험, 취업, 연봉, 외모, SNS 좋아요 수까지. 책은 이런 경쟁심이 열등감을 키운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열등감은 자존감을 갉아먹는 독이 됩니다. 아들러는 열등감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그것을 타인과의 비교로 해결하려는 태도가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중요한 건 ‘타인보다 나은 내가 되기’가 아니라, ‘어제보다 나아진 나’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즉, 수직적인 경쟁이 아니라 수평적인 성장입니다. 이 철학은 자존감이 낮았던 저에게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인간관계의 본질, ‘분리’에 대하여
책에서 가장 강력했던 개념은 ‘과제의 분리’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그건 누구의 과제인가?”를 질문함으로써 인간관계의 갈등을 정리하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부모가 나에게 의대에 가라고 말했을 때, 그것은 부모의 기대일 뿐이고, 내가 꼭 따라야 할 ‘내 과제’는 아닙니다.
이 개념은 직장에서도 유용했습니다. 상사의 감정, 동료의 기분, 친구의 반응까지 모두 ‘내 과제’로 착각하고 신경 써온 삶이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 모든 감정은 ‘그 사람의 몫’이라는 걸 받아들이고 나니, 인간관계가 훨씬 가벼워졌습니다.
이 책이 나에게 준 의미
『미움 받을 용기』는 제목처럼 단순히 “싫은 소리도 할 수 있는 용기”를 말하는 책이 아닙니다. 보다 근본적인 메시지는 “당신이 당신의 인생을 살아도 괜찮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타인의 기대와 과거의 기억에 스스로를 가두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아들러는 과거를 바꿀 수 없지만, 현재의 삶의 목적은 지금 이 순간 내가 바꿀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 책을 통해 저는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지금 누구를 위해 살고 있는가?”, “내가 하고 싶은 인생은 어떤 모습인가?” 이런 질문을 던지고 나서야 비로소, 진짜 내 인생을 그려나갈 준비가 된 것 같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
“인생은 지금 이 순간부터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이 문장은 책의 주제와 철학을 가장 잘 담고 있습니다. 과거는 이미 지나간 것이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기에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은 ‘지금’입니다. 이 한 문장이 절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실감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그렇게 살고 싶어졌습니다.
용기를 내는 삶
『미움 받을 용기』는 심리학 책이면서도 철학책이고, 자기계발서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자유롭게 살기 위해 필요한 마음의 자세’를 알려주는 책입니다. 남이 나를 어떻게 볼까 두려워하며 스스로를 억누르고 살아온 사람들에게 이 책은 묵직한 울림을 줍니다.
용기란 무례하게 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지겠다는 태도입니다. 이제 나는 누군가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지 않고, 나답게 살아갈 용기를 조금씩 내보려 합니다. 그리고 그 첫걸음을 『미움 받을 용기』가 함께 해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