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관하여 서평 – 죽음을 마주한 인간, 그리고 의미를 찾는 여정

책을 선택한 이유

죽음에 관하여 서평
죽음에 관하여 서평

“죽음”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무겁고 낯섭니다. 일상에서 자주 마주하지 않지만,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주제이기도 하죠. 저는 오히려 이 불편한 주제를 제대로 바라보고 싶어 『죽음에 관하여』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죽음이 ‘무섭다’는 감정에서 벗어나, 죽음을 인식한 인간이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심리적 장치를 발명해냈는지를 알고 싶었습니다.

저자 어니스트 베커와 그의 문제의식

어니스트 베커는 문화 인류학자이자 심리학자입니다. 그는 『죽음에 관하여』에서 인간이 문명을 어떻게 형성했는지를 설명하는 데 있어 독특한 관점을 제시합니다. 그의 핵심 주장은 명확합니다.
“인간의 문명은 죽음을 회피하려는 노력의 총체다.”

이 말은 단순히 죽음을 두려워한다는 사실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심리, 종교, 사회 질서, 과학, 심지어 예술까지도 모두 ‘죽음을 의식하고 회피하려는 시도’라는 관점에서 해석됩니다.

죽음을 외면하려는 인간의 본성

책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개념은 ‘자기 기만(self-deception)’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이 공포를 직면하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회피합니다. 이를테면, 우리는 돈을 벌고 명예를 얻고 사랑을 하며 ‘의미 있는 존재’가 되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욕망의 밑바닥에는 죽음을 외면하고 싶은 본능이 숨어 있습니다.

우리는 일상적인 삶을 살면서 ‘죽음을 잊기 위해’ 바쁘게 살아갑니다. 그리고 이 기만이 반복되면서 인간은 사회적 역할, 문화, 제도 등 다양한 구조를 만들어 냅니다. 이 지점에서 베커의 통찰이 빛납니다.

문화와 문명은 ‘죽음 회피 전략’이다

가장 흥미로웠던 대목은 종교와 문화에 대한 설명이었습니다. 인간은 ‘자신이 죽지 않는다’는 믿음을 갖기 위해 종교를 만들고, ‘무언가를 남긴다’는 믿음을 위해 예술을 창조하며, ‘영원히 기억된다’는 환상을 위해 역사에 이름을 새기려 합니다.

이러한 행위들은 얼핏 보기에는 고귀하고 가치 있어 보이지만, 베커는 그 뒤에 숨어 있는 심리를 꿰뚫어봅니다.
“문명은 죽음을 마주한 인간이 집단적으로 짜낸 방어 체계다.”

인상 깊었던 문장과 그 해석

“인간은 동물과 신 사이의 존재다. 동물처럼 죽을 수밖에 없지만, 신처럼 의미를 추구한다.”

이 문장은 인간 존재를 가장 명확하게 정의하는 문장이라 생각합니다. 죽음이라는 필연적인 운명 앞에서 우리는 무력하지만, 그 운명에 저항하려는 방식으로 ‘의미’를 창조합니다. 그것이 바로 인간의 위대함이자 한계입니다.

이 책이 나에게 던진 질문

이 책을 읽고 가장 크게 다가온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나는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나는 그동안 죽음을 생각하지 않으려 애써왔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회피일 뿐, 진정한 삶의 태도는 아니었습니다. 죽음을 직면하는 태도야말로 오히려 삶을 진지하게 만드는 요소임을 깨달았습니다.

삶과 죽음을 다시 바라보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내 삶의 동기를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내가 열심히 공부하고, 무언가를 이루고 싶어 했던 이유는 단순한 성공이나 행복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그것은 ‘죽지 않은 것처럼 살고 싶었던 욕망’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사실을 인정하고, 죽음을 포함한 삶 전체를 바라보는 눈을 갖게 되었습니다.

죽음을 제대로 생각한다는 것

『죽음에 관하여』는 결코 쉽거나 가벼운 책이 아닙니다. 그러나 삶의 본질을 묻고 싶은 사람, 인간 존재의 깊이를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더없이 값진 책입니다. 죽음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그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말합니다.
“죽음을 생각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삶을 제대로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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